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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방부가 주한미군 약 4500명을 괌 등 인도·태평양 지역 내 다른 미군 기지로 재배치하는 방안을 비공식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현재 한국에 주둔 중인 약 2만8500명 주한미군의 16%에 해당하는 규모다.
주한미군은 한미동맹의 핵심 전력으로, 북한의 침략과 도발을 억제하고 한반도 및 역내 평화와 안정에 기여를 해 온 만큼 주한미군 감축은 한미 연합방위태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번 구상이 대북 정책에 대한 비공식적 재검토의 일환으로 논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식 보고된 단계는 아니며, 여러 아이디어 중 하나로 검토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 국방부 역시 “현재 공식적으로 발표할 내용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방부는 23일 공식 입장을 내고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와 관련해 한미 간에 논의된 사항은 전혀 없다”며 “주한미군은 한미동맹의 핵심 전력으로, 굳건한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방부는 “앞으로도 이러한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미측과 지속 협력해 나갈 것”이라며 관련 보도를 일축했다. 이에 한국 새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의 성격 문제가 최우선 과제로 부상할 전망이다. 새 정부는 한미동맹의 안정적 관리와 주한미군의 전략적 역할 재정립, 그리고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 복합적 현안에 즉각 대응해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
WSJ는 감축된 병력이 괌 등 인도·태평양 내 다른 기지에 계속 주둔한다면, 한반도 방위 공백에 대한 우려를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검토의 배경에는 중국에 대한 견제력 강화,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동맹국 방위비 분담금 증액 압박 카드로의 활용 가능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감축이 실제로 이뤄진다면, 해당 병력은 괌 등 인도·태평양 내 다른 미군 기지로 재배치될 가능성이 높다.
한반도에 상주한 주한미군 규모는 한국전쟁 휴전 이후 6만명 수준에서 차츰 규모가 줄었지만, 북한의 군사 위협을 고려해 2007년부터 현재의 2만8500명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감축이 현실화될 경우, 이들 대부분이 육군 병력이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주한미군 내에서 육군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실제로 과거 감축 논의에서도 주로 육군이 대상이 되었던 전례에 기반한 분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기 집권기에도 주한미군 철수·감축 가능성을 시사하다가 실제 행동엔 나서지 않았다. 미국 우선주의를 더욱 노골화한 2기 들어 다시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만지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실제로 주한미군 감축 또는 재배치를 추진할 경우, 한미동맹의 근간을 흔들고 동북아시아 안보 지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군 고위 인사들 사이에서도 주한미군 감축이 대북 억지력 약화는 물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견제 능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내적으로도 안보 불안 심리가 확산하고,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에도 적지 않은 정치적 파장이 예상된다. 일각에선 미국이 향후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요구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 한반도안보연구실 연구위원은 스카이데일리에 “4500명이라는 수치는 단순한 풍문이라기보다는, 미국 백악관 등 고위 당국 차원에서 해외 주둔 미군의 전반적인 재배치 및 감축과 관�천� 정책 검토가 어느 정도 진행된 결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한국의 정치적 전환기를 활용해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선제적으로 이슈화함으로써, 향후 본격화될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국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전략적 포석일 수 있다”며 “더 나아가, 미군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보다 유연하고 통합된 군사력을 운용하려는 큰 그림, 즉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을 하나의 작전구역(Theater)으로 묶어 지휘·통제 효율성을 높이려는 ‘원 시어터’ 구상을 본격화하기 위한 사전 작업의 일환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미연합방위태세에는 어떤 균열을 “주한미군 4500명 감축 등 미국의 전략적 자율성 강화 조치는 그 의도와 관계없이 북한에는 매우 위험하고 잘못된 메시지로 전달될 가능성이 크다”며 “북한은 이를 한미동맹의 약화 또는 미국의 대한반도 방위 공약 후퇴 신호로 오판하여, 과거보다 더욱 대담한 군사적 도발이나 모험주의적 행동을 감행할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내비쳤다.
계속해서 “미 연합방위태세의 실질적인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으며, 결과적으로 한반도의 불안정성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미가 구상 중인 포괄적인 대북 억제 전략, 이른바 CNI(Comprehensive Nuclear Initiative) 구상 전반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줄 수 있어 우려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두 위원은 “주한미군의 일부 감축은, 비록 규모가 크지 않다 하더라도, 미국 확장억제 공약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을 증폭시킬 수 있다”며 “특히 심혈을 기울여 출범시킨 NCG의 운영 동력과 실효성을 저해하고, NCG를 통해 구체화하려는 한미 간 핵 운용에 대한 공동기획 및 실행 방안 논의에도 단계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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