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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에서 바로 아래인 ‘Aa1’으로 낮췄다. 이로써 미국은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3대 글로벌 신평사 모두에서 최고 등급 지위를 잃었다. 신용등급을 낮춘 배경은 만성적인 국가부채 때문이다.
미국의 국가부채는 천문학적 규모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의 국가부채가 2025년에 37조36000억 달러에 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122.5%에 이르고 있다.
미국 국가부채의 GDP에 대한 비율이 100%를 넘었던 것은 국방비 지출이 막대했던 2차대전 직후였다. 1946년에 GDP대비 119%까지 상승한 것이다. 그 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작은 정부를 표방했던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시절 1981년 31%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상승하기 시작해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에 132%까지 급등한 후 여전히 120%대의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2024년 기준 IMF가 산정한 미국 국가부채의 GDP에 대한 비율은 주요국 중 일본(237%), 싱가포르(174%), 베네수엘라(164%), 그리스(151%), 이탈리아(135%)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이어서 프랑스(113%), 캐나다(111%), 벨기에(104%), 스페인(102%), 영국(101%), 포루투칼(95%), 중국(88%) 순이다. 이 중 베네수엘라는 위기국가이고 그리스·이탈리아·스페인·포루투칼은 2011년 유럽 재정위기를 겪은 국가들이다. 한국은 IMF에 52%로 올라 있다.
이처럼 국가부채의 GDP에 대한 비율 100%를 마지노 선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이 비율이 100%를 넘어서면 상하 양원의 동의를 얻어야 재정 지출을 할 수 있도록 예산통제법에 규정돼 있다. 그런데 2025년에 국가부채가 37조3만6000억 달러로 GDP 대비 122.5%에 이르면서 난리가 난 것이다. 이제 미국은 20년을 끈 아프카니스탄 전쟁에서 철군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도 직접적인 개입을 자제하고 있는 실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세계 각국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데는 관세 징수를 통해 이러한 막대한 국가부채를 해소하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한국은 IMF 세계경제전망 데이터베이스에 52%로 올라 있다고 해서 안심해서는 안 된다. 한국은 현재 국가재정법에 의해 ‘국가채무(government liability)’를 기준으로 한 통계를 사용하고 있다. 이는 국가가 국채를 발행해 직접적으로 상환의 의무를 지는 채무만을 포함하고 있다. 국가채무를 기준으로 할 경우 유럽연합(EU)은 40% 미만이어야 회원국 가입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2011년 유럽의 재정위기는 이러한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지 않고 재정을 방만하게 운영한 일부 국가들을 회원국으로 받아 준 데서 비릇되었다.
그러나 국제적으로는 IMF의 ‘국가재정통계 매뉴얼’에 의해 국가채무 외에도 국가보증 채무, 장기충당 부채(공무원·군인연금 충당금), 공공기관 부채 중 국가가 상환 의무를 지는 채무, 지방 공기업의 부채, 준공공기관 부채, 중앙은행 부채를 포괄하는 넓은 의미의 부채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이를 ‘국가부채(government debt)’라고 한다. 한국도 이런 넓은 의미의 국가부채 기준으로는 120%를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매우 위험한 수준이다.
기축통화국인 미국도 높은 국가부채 비율로 인해 신용등급이 강등되고 있다. 그런데 비(非)기축통화국이 높은 국가부채 비율로 인해 신용등급이 강등되면 외자가 유출되면서 외환위기와 재정위기가 발생하게 된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그런데도 정치권에서는 기본소득을 추가경정예산에 포함시키는 등 돈을 막무가내로 뿌릴 포퓰리즘만 성행하고 있으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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