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Talk] 당신의 노후는 안전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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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호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5-26 00:02:30

대한민국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6%를 기록하며 통계청 기준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고령사회(7%)에 들어선 지 25년 만의 변화다. 일본·이탈리아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빠른 속도다. 그러나 이렇게 빠른 고령화에 비해 준비는 턱없이 부족하다. ‘오래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통계청 ‘2023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가구주의 월평균 소득은 185만 원으로 전체 가구 평균(약 470만 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국민연금공단은 2024년 기준 국민연금 수급자의 월평균 수령액이 62만 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기초연금을 더해도 생활비로는 부족하다. 연금가입 기간이 짧거나 납부 이력이 불규칙한 자영업자·비정규직·전업주부 등은 수급액이 낮거나 수급 대상에서 제외되기 쉽다. 이들은 퇴직 후 마땅한 소득원이 없어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공적연금의 사각지대는 여전히 넓다. 고령자 중 공적연금 수급 비율은 57.6%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가족에 의존하거나 생계를 위해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 그러나 고령자 일자리는 대부분 저임금·단기직에 한정돼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65세 이상 경제활동 참가율은 36.2% 이 중 절반 이상이 임시직 또는 일용직이다.

이 같은 구조는 국제 비교에서도 확인된다. 202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66세 이상 노인의 상대 빈곤율은 36.4%로 회원국 중 1위다. OECD 평균은 13.1%이다. 이는 노후 빈곤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의 결과임을 보여준다. 1인 고령가구 증가는 이를 더욱 심화시킨다. 2021년 기준 65세 이상 1인 가구 비율은 35.3%로, 혼자 사는 노인은 질병·소득·고립 문제에 더 취약하다.

정부는 기초연금 확대·노인 일자리·돌봄 정책 등을 시행 중이다. 하지만 수혜자가 체감할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기초연금은 생계 보조에는 의미가 있지만 빈곤 해소에는 한계가 있다. 일자리 정책도 양적 확대에 그치고 있으며 고령자의 경험을 살릴 맞춤형 일자리는 부족하다. 실제로 대다수 노인은 여전히 생계를 위해 본인의 건강을 무리하게 소모하며 일을 이어가고 있다.

앞으로의 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저출생과 고령화가 겹치며 2040년이면 국민 셋 중 하나가 65세 이상이 될 전망이다. 지금의 연금 시스템이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현재 청년 세대가 노인이 되었을 때 더 심각한 빈곤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노후는 개인이 준비하는 것’이라는 인식은 이제 유효하지 않다. 누구나 자산을 충분히 축적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일할 수 있는 기간은 한정돼 있다. 고령화가 사회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면 노후를 보장하는 제도는 사회 전체의 책임이다. 빈곤한 노후가 당연한 사회에선 누구도 안전할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건 복지 조정이 아니라 고령 인구를 위한 새로운 소득 보장 체계다. 공적연금 사각지대 해소·기초생활 보장 강화·양질의 일자리 확대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당신의 노후는 안전합니까”라는 질문에 이제는 국가가 답해야 할 때다.

최영호 기자 cyh2@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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