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재건축 ‘이주대란’ 막는다… 대체부지 무산 속 정비사업 속도 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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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허용 정비물량 제도 카드 꺼내

임한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5-25 11:15:35

분당 재건축 이주지원주택 계획이 무산되며 대규모 이주 수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허용 정비물량 제도’를 통해 이주 시기를 분산하고 정비사업 착공 물량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 제도는 전셋값 급등 등 시장 불안을 완화할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25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당초 성남 분당구 야탑동에 1500가구 규모의 공공분양주택을 공급해 이주 수요를 흡수할 계획이었으나 인근 주민들의 반발로 계획이 백지화됐다. 이후 성남시가 제안한 5곳의 대체부지 역시 행정절차와 공사 기간을 감안할 때 2029년까지 입주가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로써 당분간 이주지원주택 없이 재건축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는 이주 수요가 일시에 몰리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착공 시점을 분산하는 ‘허용 정비물량 제도’를 준비하고 있다. 이 제도는 재건축 단지들의 관리처분인가 시기를 앞당기거나 늦추는 방식으로 이주 시기를 조절하고 시장 충격을 줄일 수 있다. 국토부는 성남시와 협의해 이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으며 조만간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하지만 시장의 불안은 이미 감지되고 있다. 특히 2026년부터 시작될 대규모 이주와 2028~2029년의 공급 공백이 맞물릴 경우 분당을 포함한 인근 지역 전세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주 수요가 수지, 용인, 판교 등 인접 지역으로 분산되며 전셋값 상승을 유발하고 광역적인 시장 불안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와 달리 다른 1기 신도시인 산본, 평촌 등은 비교적 안정된 이주 대책을 갖추고 있다. 군포 당정공업지역의 경우 2029년까지 민간아파트 2200가구가 공급되며 유휴부지 2곳에도 공공 및 민간 아파트가 예정돼 있다. 정부는 해당 지역들의 이주 계획은 별탈없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차이는 분당의 대규모 이주 수요와 주민 반발이라는 특수성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주민들과의 갈등도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분당 양지마을의 경우 5개 단지가 7000가구 이상 재건축을 추진하면서 ‘제자리 재건축’ 여부를 두고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다. 또한 정부와 지자체 간 신뢰 부족, 공청회 부족 등 사회적 합의 과정의 부재도 문제로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향후 사전 설명회 확대, 주민협의체 구성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입지, 감정, 재산권 보호 등 다양한 요소가 얽혀 있어 주민 간 합의가 매우 어렵다”며 “단순히 구조물을 새로 짓는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감정과 권리가 얽힌 매우 민감한 사안”이라고 전했다.

정비사업의 속도 조절이라는 묘수는 분당 재건축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는 현실적 해법이다. 그러나 이주대책의 부재가 장기화될 경우 주민 불안과 시장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실질적 보완책이 병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임한상 기자 hsr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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