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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의 독립은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의 핵이다.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판단 작용을 한다. 이른바 ‘헌법 가치 수호’를 위한 최후 보루다. 권력 분립의 핵심으로서 사법부의 독립이 중요한 이유다. 사법부의 기능이 다른 국가 작용에 비해 비교적 정적(靜的)이고 수동적인 점에서 판란(判亂) 내지 법란(法亂)이라는 표현이 등장하기 어려운 특성도 있다.
26일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안건은 이날 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진다. 주요 주제는 △재판의 독립을 보장할 재판의 공정성과 사법의 민주적 책임성에 관한 것이고 또 하나는 △개별 재판을 이유로 한 각종 책임 추궁과 제도 변경으로 인한 재판독립 침해 가능성에 대한 우려와 함께 사법 신뢰 제고를 위한 대책 모색 등이다.
이날 예정된 법관대표회의의 최대 관심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보는 법관 대표들의 인식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유죄 취지로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낸 데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대법원의 선거 개입’이라며 반발했다. 급기야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 9명 탄핵, 대법원장에 대한 특검 수사 등 사법부에 대한 공격을 지속했다. 이를 법관 대표들이 짐짓 모른 체하고 넘어간다면 법관들의 대표 회의라 할 수 있겠는가.
법관대표회의는 향후 ‘사법 신뢰 및 법관 윤리 분과위원회’를 통해 이번 사태의 경과를 모니터링하고 그 원인을 분석하며 대책을 논의한다고 한다. 현안 중 하나는 민주당이 제기한 지귀연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의 룸살롱 접대 등 향응 의혹에 대한 법관 대표들의 판단이다. 지 부장판사는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 사건 담당 재판장이다. 민주당은 지 부장판사로 추정되는 인물과 동석한 이들이 직무상 관련자인지, 법률에 어긋난 접대 행위가 있었는지 등에 대해선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민주당은 ‘판사 뒷조사’ ‘사법부 길들이기’ 등의 오해를 받을 만하다. 민주당은 ‘사법부 정화’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 방법이 지나치게 거칠다는 지적이다. 사법부도 지 부장판사를 둘러싼 논란에 엄정히 대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적 신뢰를 스스로 갉아먹는 우를 범하게 될 것이다. 물론 지 부장판사도 대법원 자체 조사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것은 물론 수사기관 수사에도 성실히 응함으로써 근거 없는 의혹이라면 말끔히 해소하길 바란다.
뜨거운 쟁점은 민주당의 사법부 장악 시도다. 민주당이 변호사 자격이 없는 비법조인도 대법관으로 임용될 수 있도록 법원조직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준비 중인 개정안에 따르면 대법관 수를 현재 14명에서 30명까지 증원한다고 한다. 대법원이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한 이후 민주당은 대법관 증원을 골자로 한 법안을 잇달아 발의하고 있다. 대법원의 판결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대법원 구성마저 바꾸려 하는 건 입법권 남용이 아닐 수 없다. 정권의 입맛에 따라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의 정원을 늘리는 것은 독재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다.
판사·검사·변호사 등 법조삼륜(法曹三輪)이 본연의 제 기능을 발휘하면서 삼합(三合)을 이룰 때 권력 충돌에 따른 국력 소모를 막을 수 있다. 따라서 법관대표회의는 정치권의 사법부 장악 시도를 정면으로 논의해 삼권분립의 취지에 맞도록 사법부의 독립을 공고히 함으로써 헌법 가치를 높이는 데 힘쓰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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