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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가 미국 중재 및 이스라엘 수용 휴전안에 긍정적 태세를 보이다 태도를 바꾼 가운데 협상 교착이 우려된다. 80일 봉쇄로 기아 선상에 놓여 있다가 지난달 중순 겨우 구호품을 접하게 된 가자 주민들에겐 특히 불안한 소식이다. 하마스는 31일(현지시간) 미국 측 휴전안에 일부 인질 석방을 약속하며 수정안을 답신으로 제시했으나 사실상 주도적 중재자인 미국이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이날 하마스로부터 “영구 휴전, 이스라엘군 철수, 가자지구 인도적 지원 보장 등”을 목표로 명시한 요지의 성명도 나왔다.
성명에선 협상을 위한 수정안 내용이 충분히 언급되지 않았으나 ‘영구휴전을 위한 미국 측 보장’ ‘이스라엘군 완전 철수’가 포함됐을 것으로 보인다. 팔레스타인 수감자 1100명 석방을 요구하며 이스라엘 인질 생존자 10명·사망자 18명을 단계적 석방한다는 약속 또한 하마스의 ‘떼쓰기’로 보일 만큼 너무나 기울어진 조건이다. 미국의 스위트 위트코프 중동특사가 이날 엑스(X·옛 트위터) 글에서 하마스 측 수정안에 “전적으로 수용 불가” “협상 후퇴일 뿐”이라고 잘라말했다.
미국은 ‘영구 휴전’이란 협상을 통해 도달 가능한 결론적 상과지 협상의 전제조건일 수 없다고 본다. 확실한 장치 없이 하마스 측 요구를 들어주면 결국 ‘하마스 재편성’을 도와 ‘안보 위협’을 초래할 것이라는 게 미국과 이스라엘 입장인 것이다. 위트코프 특사가 지난달 29일 인질 10명 석방을 조건으로 60일 휴전을 제안했다.
미국의 이 최신 안엔 이스라엘군이 최근 장악한 가자 지역에서 철수하고 인도주의적 구호품 분배 업무를 유엔 기구가 담당한다는 내용도 담겼으나 여전히 이스라엘의 ‘전쟁 종식’ 확언 및 이에 대한 미국의 구체적 보장이 명시되지 않았다. 하마스에서 이 대목을 물고 늘어진 것이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전날 “하마스가 위트코프 특사의 휴전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전멸당할 것”을 경고했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보도한 상태였다.
하마스의 태도 변화로 인한 전망은 가자 주민들을 한층 절박한 심리로 몰고 갈 가능성이 높다. 영국BBC·미국CNN 등 외신들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가자지구 중남부 지역 배급소로 이동하던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의 구호 트럭 약 77대가 가자 민간인들에게 탈취당했다. 이스라엘과 미국 주도의 가자인도주의재단(GHF)이 배급소 개소 이틀째인 지난달 28일 혼란 속에서도 구호품 배급을 이어갔으나 주민들은 조급하고 초조해져 있었다. 다음을 기약할 수 없을지 모르니 당장 최대한 많이 챙겨놔야 한다는 마음에 휩싸이는 것 역시 인지상정이다.
GHF는 이날 가자지구 배급소 2곳의 운영을 재개하고 구호식량 약 1만4550 상자(84만262끼)를 배급했다. ‘주민이 몰려들며 GHF 배급소가 한때 운영을 중단했다’는 로이터 보도에 대해 GHF가 “재단을 사칭한 자들이 소셜미디어에 퍼뜨린 가짜뉴스”라고 강력 반박하자 로이터는 해당 기사를 내렸다. 반면 GHF에선 이날 가자지구 주민들이 식량 상자를 든 채 노래하고 환호하는 모습의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 속 한 가자 남성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칭찬하더니 “미국”을 외치며 손 키스를 날리기도 한다.
소셜미디어에 공유된 다른 영상에선 한 주민이 “무슬림이든 이교도든 아랍인이든 외국인이든 미국인이든, 이걸 전달해 준 것은 잘한 일”이라며 감사를 표했다. 처음 GHF 배급소가 문을 열었을 때 수천 명이 한꺼번에 몰려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일부 주민들이 철조망을 무너뜨리고 구호품을 마구 가져가는 등 대혼란 속에 당시 이스라엘군이 상황 통제를 위해 경고사격을 한 것이 논란을 불렀으며 사상자 규모 집계도 엇갈렸다. 이에 네타냐후 총리는 GHF의 활동을 지지하면서도 “하마스가 약탈해 통치 도구로 사용할 인도적 지원은 없애야 한다”면서 “하마스를 물 없는 물고기처럼 만들겠다. 다행히 상황을 통제할 수 있게 됐다”고 자신했다.
아비르 에테파 WFP 대변인은 BBC에 대다수 구호 트럭들이 창고 등 목적지까지 도착하지 못할 것 같다며 군중이 몰려들 경우 구호품을 가져가도록 둔다고 설명했다. “배급소까지 가서 기다릴 수 없을 정도로 한계에 달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유엔은 구호 트럭 반입이 허가된 이후 지난 2주간 약 900대의 트럭밖에 들어가지 못했으며 이는 필요한 양의 10％를 조금 넘는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아랍에미리트(UAE)가 지난주 별도 마련한 구호 트럭 24대 중 당초 계획된 목적지에 제대로 도달한 게 단 1대였다고 한다.
앞서 이스라엘은 약 80일간의 고강도 봉쇄를 풀고 지난달 19일부터 가자지구 구호물자 반입을 허용했다. 다만 봉쇄 해제 이후에도 식량 등 구호물자가 충분히 반입되지 못하고 있다니 의문이 솟을 일이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가자지구를 지구상 가장 굶주린 곳으로 들며 200만 명 이상의 인구가 기아 위기에 처해 있다고 호소했다. 추후 관련 논란이 뒤따를 법 하다. 그간 구호품을 장악해 주민 지배에 활용해 온 하마스도 이런 사태를 초래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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