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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북한 나진조선소에서 신형 5000톤급 구축함 ‘강건호’의 2차 진수식이 진행됐다. 이번 진수식은 지난달 21일 함경북도 청진조선소에서 발생한 초유의 진수식 사고 이후 불과 약 22일 만에 이루어진 것으로, 북한은 급속한 복구와 조기 진수를 강행하며 ‘속도전’에 나섰다. 안보가는 북한의 무리한 구축함 건조와 북·러 군사 협력 강화는 동북아 안보 구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으로 분석한다.
남북 간 대화 채널이 단절된 상황에서 북한의 해군력 증강은 역내 긴장 고조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아무리 비싼 평화도 전쟁보다 낫다’는 입장을 유지하는 가운데, 북한의 군사적 도발은 한반도 평화 유지에 새로운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15일 외교안보가에 따르면 북한은 12일 이같은 내용의 ‘강건호’의 2차 진수식을 진행했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속도전’ 지시에 따라 구축함을 신속히 복구했지만, 외부 전문가들은 부력용 풍선 등 급조 복구 정황을 지적하며 성능과 내구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제기하는 의문은 주로 △사고 당시 선체가 전복된 만큼 용골 등 구조적 손상이 충분히 복구됐는지 의심 △이번 진수식에서 부력용 풍선을 대거 동원한 점은 구조적 약점을 임시로 보완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며 △파도나 충격을 견디는 내항성, 장기 운항 안정성이 확보됐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는 데다 △북한이 5000톤급 구축함을 자체 설계·건조할 기술력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전반적인 품질과 작전 신뢰성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달 21일, 김 위원장의 참관 아래 진행된 첫 진수식에서 구축함이 진수 도중 옆으로 넘어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경축의 자리는 순식간에 김 위원장의 격노 현장으로 바뀌었다. 조선중앙통신은 사고 원인을 ‘지휘·조작 미숙’과 ‘대차 이동 평행선 유지 실패’로 공식 발표하며, 함미 썰매가 먼저 이탈해 배가 쓰러졌다고 밝혔다. 선저 파손 가능성에 대해서는 수중 조사를 통해 파공이 없다고 주장했다.
당시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분단을 넘어’와 국제전략연구소(IISS) 전문가들은 북한이 사고 피해를 축소했을 가능성을 지적하며 “전손될 수도 있는 중대사고”라고 분석했다. 사고 후 북한의 복구 과정은 전례 없이 급박하게 진행됐다. 김정은 위원장은 6월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전까지 구축함을 복원하라고 지시했고, 불과 2주 만에 구축함이 세워졌으며, 추가 일주일 만에 2차 진수식이 강행됐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부력용 풍선을 대거 동원하는 등 급조 복구 정황이 드러나 전문가들은 내구성과 성능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했다. 언론 인터뷰 등을 종합하면, 최일 잠수함연구소장은 “풍선의 역할은 가라앉지 않도록 부력을 보조하는 것”이라며 “완전한 복원보다 급한 복구를 위한 방편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5000톤급 구축함을 자체 설계·건조할 능력이 없다”며 “러시아 설계도를 무리하게 개조하면서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고, 3주 만의 복구는 총체적 부실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용골 손상 시 이 정도 속도의 정상 복원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아울러 북한은 이번 사고의 책임을 물어 관련 인사들을 공개적으로 축출하고 역사에서 ‘지워버리는’ 조치까지 강행하여 언론에 큰 주목을 받았다. 조선중앙TV는 14일 보도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3월 청진조선소 현지 지도 당시 촬영한 사진을 재공개했으나, 과거 사진에 함께 있던 김명식 전 해군사령관과 홍길호 청진조선소 지배인의 모습을 삭제했다.
김 전 사령관은 해군사령관직에서 해임됐으며, 북한 해군은 박광섭 사령관 체제로 교체됐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는 북한 체제 특유의 ‘책임 전가’ 문화, 그리고 지도자의 무오류성을 강조하는 선전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되고 있다.
관련해 북한은 사고 직후 공식적으로 리형선 노동당 군수공업부 부부장·김용학 행정부 지배인·홍길호 청진조선소 지배인·한경학 선체조립직장장·강정철 기사장 등 5명을 구속했다고 발표했다.
실제 숙청 범위는 이보다 훨씬 광범위한 것으로 보이는데 TV조선은 익명 소식통 등을 인용하여 함대사령관 등 해군 관계자 10여 명이 총살되는 등 극단적인 처벌이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특히 김 위원장의 오랜 측근이자 해군 최고위 지휘관이었던 김사령관과 홍길호 지배인은 공식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모든 공식 행사와 매체에서 사라지면서 이 같은 보도에 힘이 실리고 있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강경한 ‘속도전’에는 체제 결속 전략이 숨겨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사고 직후 “도저히 있을 수도, 용납할 수도 없는 심각한 사고”라며 격노했고, 이후 관련 책임자들을 대거 처벌하며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이와 동시에 전원회의 전 복구를 지시하며 무오류 리더십을 과시했다. 그는 12일 2차 진수식에서는 “우리는 이번 사고를 통해 커다란 교훈을 얻었다”며 내년까지 5000톤급 구축함 2척 추가 건조 계획을 공개하며 체제 결속과 군사력 강화 의지를 드러냈다.
이번 ‘속도전’ 배경에는 단순 군사력 증강뿐 아니라 정치적 메시지가 담겨 있다. 신속한 복구와 대외적 강인함 과시는 내부 결속 강화 및 지도자의 권위 재확립을 위한 ‘보여주기식’ 선전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결정적으로 북·러 군사 협력 강화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구축함 사업은 북한과 러시아 간 군사 협력 심화와도 연결돼 주목된다.
두진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유라시아연구센터장은 스카이데일리에 “북한이 원양 작전 능력을 키우려는 의도는 러시아와의 전략적 연대를 염두에 둔 것”이라며 “미국의 인도-태평양 영향력 확대에 맞서기 위한 수정주의 세력의 공동 대응이 본격화하는 신호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두 센터장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4일 이재명 대통령 취임식 당일, 러시아의 세르게이 쇼이구 국가안보회의 서기와 회동하며 양국 간 군사 협력 심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당시 김 위원장이 “미국과 추종국의 도발에는 압도적인 군사 행동으로 반응하겠다”고 재차 경고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해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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