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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이란을 향해 “무조건 항복”을 촉구하며 사실상 최후통첩을 날렸다. 심지어 ‘최고지도자 참수가 언제든 가능하지만 일단 그냥 둔다’고 말하는 등 이란 내 지하 핵시설 파괴을 넘어 ‘이슬람 신정(神政)체제 붕괴’까지 시야에 두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이란 제공권 장악의 주체를 ‘이스라엘’ 대신 ‘우리’로 표기해 ‘미국과 이스라엘이 한 팀’임도 부각됐다.
트럼프의 확신에 찬 발언들은 미 군사력 자신감뿐만 아니라 이란 민심의 체제 거부감이 80% 이상인 현실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이 수치는 네델란드 라이덴대 기반의 이란여론조사그룹(The Group for Analyzing and Measuring Attitudes in Iran), 일명 ‘가마안(GAMAAN)’의 2022년 조사 결과다. ‘GAMAAN’이란 ‘생각·의견·추정’을 뜻하는 페르시아(이란)어로, 이란여론조사그룹 영어명 머리글자 조합의 발음과 비슷해 별명이 됐다.
2019년 성립한 GAMAAN은 인터넷 방화벽을 우회한 VPN플랫폼(Psiphon)이나 텔레그램·인스타그램·왓츠앱·엑스(X) 등 다양한 채널로 설문을 배포해 국내·해외 이란인들의 의식을 파악해 왔다. 응답자의 광범위함과 진실성으로 전 세계 학계·언론계에서 평가가 높다. 1000~2000명 대상 수준인 일반 여론조사와 규모와 방식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2022년 조사결과의 경우 이란 국내 15만8395명, 해외 약 20만 명으로 통계학상 95% 신뢰수준 ±5% 정확도를 자랑한다. ‘이슬람공화국 반대 81%(찬성 15% 찬성, 유동적 4%)’였으며, “체제 전환이 변화(개혁)의 전제”라고 응답한 비율은 60%였다.
작년 이란 대선·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이뤄진 여론조사 결과 역시 이란인들의 ‘체제 거부감’ 심화를 뚜렷이 보여줬다. 이는 시아파 이슬람의 상징이자 초헌법적 존재인 아야톨라(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 권위의 추락을 의미한다. 최고지도자의 존재감 약화란 곧 세속화 흐름의 가시화다. 매일 다섯 차례 메카를 향해 기도하는 일상 관련 설문에서 퓨리서치의 전화·대면 인터뷰(2018~2019) 당시 ‘매일 기도한다’가 87%였으나, 2023년 온라인·익명 방식의 GAMAAN 조사에선 54.8%였다. “전혀 기도하지 않는다” 응답 또한 각각 3.1%와 22.2%로 엄청난 차이를 보였다.
신정공화국에선 종교적 정체성과 체제에 대한 태도가 별개일 수 없다. 2월 테헤란·카라즈·하마단 등에서 통행금지 표지판 흰색선이 초록색으로 칠해진 것도 이런 추세의 발현이다. ‘통행금지’를 ‘초록 신호등(통행 가능)’으로 바꿔 저항을 드러낸 시위로 여겨진다. 지난달 155개 도시에서 벌어진 전국적 파업 땐 간호사·트럭운전사·농민·제빵사 등 일상을 떠받치는 직종의 사람들이 대거 동참했다. 여기서 제빵사란 간식·디저트가 아니라 현지인들 주식인 ‘난’ 제조·판매자를 가리킨다고 봐야 한다.
캐나다 주요 7개국(G7) 회의 도중 귀국한 트럼프는 도착 즉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했으며, 그 직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강경한 글을 올렸다. “(이란의) 소위 ‘최고지도자’가 어디 숨어 있나 정확히 안다”며 “쉬운 표적이지만 최소한 당장 들어내(take out)진 않을 것”이라며 ‘take out’에 괄호 처리로 ‘살해!(kill!)’라는 추가 설명까지 덧붙인 다음 “우리 인내심이 점점 줄어든다”고 경고했다.
이어 별도의 게시글에선 “무조건 항복하라! 우린 이란 상공에 전면적 통제를 확보했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날 트럼프는 백악관 상황실에서 약 1시간20분간 NSC 회의를 열어 현 중동사태 개입 방안을 논의한 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했다. 악시오스에선 2명의 이스라엘 당국자를 인용해 미국이 수일 내 이란의 지하 우라늄 농축 시설 폭격을 위한 군사작전에 개입할 가능성을 짚었다. CNN은 2명의 관련 당국자 말을 빌어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핵 시설 공격을 위한 미군 자산 사용에 점점 긍정적으로 바뀌며 외교적 해결엔 시큰둥해지고 있다”는 표현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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