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교체 실패·단일화 무산·내부 분열… 국힘, 총체적 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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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교체 시도, 당원 반발로 무산… “사상 초유의 사태”
홍준표 탈당·한동훈 유세 불참… 선거 막판까지 내부 균열
비대위 체제 장기화에 리더십 공백… 당권 경쟁·계파 갈등 우려

이태욱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6-04 15:00:40

국민의힘이 제21대 대통령 선거 패배로 정권을 더불어민주당에 내주면서, 3년 만에 정권 재창출에 실패하고 사상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다.

이번 대선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와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으로 인해 치러진 조기 대선이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구조적으로 불리한 구도 속에서도 '반(反)이재명' 전선을 내세워 보수층 결집을 시도했지만, 결과적으로 이변은 없었다. 패배의 책임은 외부 여건뿐 아니라 내부에서 자초한 측면이 크다는 점이 당 안팎에서 더욱 뼈아프게 지적되고 있다.

선거 준비 과정에서 당이 보여준 난맥상은 패인을 설명하는 주요 요인이다. 특히 선거를 불과 한 달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 당 지도부가 김문수 후보를 교체하려다 당원 반발로 무산된 '후보 교체 파동'은 "사상 초유의 사태"로 평가된다.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후보를 외부 인사인 한덕수 전 국무총리로 교체하려 한 시도는 당의 정통성과 안정성을 무너뜨렸고, 결국 지지층 이탈로 이어졌다.

단일화 전략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당은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와의 단일화를 추진하며 지지율 반등을 꾀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자신감이 부족한 모습만 노출했다"는 냉소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단일화는 성사되지 않았고, 그 과정에서 “단일화의 대가로 이준석 후보에게 당권을 주기로 했다”는 거래설까지 불거지면서 오히려 분열만 부각시켰다.

내부 분열은 선거 막판까지 심화됐다. 당 대표와 대선 후보를 지낸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경선 결과에 반발해 탈당 후 미국으로 건너갔고, 김 후보 지지를 끝내 거부했다. 경선 경쟁자였던 한동훈 전 대표도 선대위 합류를 거부한 채 독자적인 유세를 펼치며 당의 분열상을 그대로 드러냈다.

정권 교체 실패와 함께 ‘소수 야당’으로 전락한 국민의힘은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지난해 12월 한동훈 전 대표가 사퇴한 이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지속되며, 이번 대선 패배로 다시 리더십 공백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향후 당권 경쟁 과정에서 고질적인 계파 갈등이 재연될 것이라는 전망도 우세하다.

특히 계엄과 탄핵, 대선 패배를 거치며 당내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친윤(친윤석열)계와 이에 맞서는 친한(친한동훈)계의 갈등이 본격화할 경우 "심리적 분당 상태"에서 실제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보수 진영 재편 가능성도 거론된다. 탈당한 홍 전 시장과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선거 과정에서 꾸준히 ‘주파수’를 맞춰왔다는 점에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 밖에서 원심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입법부와 행정부 모두 여권이 장악한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고작 107석에 그친 의석으로 거대 여권에 맞서야 하는 처지다. 개헌 저지선만 가까스로 지킨 채, 실질적인 견제력을 확보하긴 어렵다는 관측이다. 남은 수단은 필리버스터나 장외투쟁 정도로 예상된다.

이태욱 기자 twlee@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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