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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산하기관과 직할부대가 발주한 소프트웨어(SW) 구매 사업 과정에서 수십억 원의 국가재정이 유출된 납품 비리 사건이 적발됐다. 검찰은 SW 제조사와 총판, 유령 IT업체 등이 공모해 허위 견적과 자금세탁 방식으로 53억 원을 빼돌린 범행 구조를 밝혀내고 총 13명을 재판에 넘겼다.
서울북부지검 국가재정범죄합동수사단(단장 직무대행 이태협)은 15일 국방부 등 국가기관 발주 데이터베이스 체계 고도화 사업과 관련한 SW 납품 비리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이 사건으로 3명을 구속 기소하고, 범죄수익 은닉에 가담한 10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피고인들은 2024년 5월부터 4월까지 국방부 산하기관이 발주한 총 133억 원 규모의 데이터베이스 운영 소프트웨어 구매 사업에서 내부 할인율을 부정하게 높이거나 발주처에 제출할 견적서를 허위로 부풀리는 방식으로 차액을 조성했다. 이후 이 자금을 다수의 IT업체와 유령 회사를 거쳐 ‘기술지원비’ 명목의 정상 거래처럼 가장해 분산 송금하며 자금세탁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국방부 산하기관에는 약 13억 원, SW 제조업체에는 약 40억 원 등 총 53억 원의 손해가 발생했고, 피고인들은 같은 금액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것으로 파악됐다.
주범으로 지목된 전직 SW 제조업체 A사 국방 부문 영업대표 가○○(51)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사기,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가○○은 또 2021년부터 2025년까지 거래 IT업체 명의의 법인카드를 제공받아 1억2천만 원 상당을 사용하고, 국방부 직할부대 담당자에게 허위 급여와 여행 경비 명목으로 4천4백만 원을 제공한 혐의도 적용됐다.
A사 총판 B사의 국방 영업 담당이었던 나○○(49)와 유령 IT업체 대표 라○○(38)도 구속 기소됐다. 이들은 허위 견적서 작성과 범죄수익 은닉에 핵심적으로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A사 조달청 판매처 관계자와 다수의 IT업체 대표·임원 등 10명은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범죄수익 인식이 미약하고 단순 거래에 그친 일부 관련자 8명에 대해서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이 국가 발주 SW 사업의 구조적 허점을 노린 조직적 범죄라고 평가했다. 고가의 SW를 ‘일괄구매’하거나 조달청 나라장터를 통해 직접 구매하는 과정에서, 실제 제조사에 지급돼야 할 대금이 중간 단계에서 부풀려지거나 할인율 조작으로 축소돼 차액이 유출됐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SW 제조업체에 지급돼야 할 일종의 국가보조금을 유용한 것”으로 판단했다.
수사 과정에서 검찰은 70대 이상의 전자기기를 압수해 포렌식 분석을 진행하고, 400개가 넘는 계좌를 추적했다. 강제수사 착수 후 6개월 만에 범행 전모를 규명했으며, 약 15억 원 규모의 추가 범죄수익 세탁 행위도 차단했다. 범죄수익 환수를 위해 추징보전도 청구했다.
검찰은 허위 세금계산서 발급 등 조세범 혐의와 관련해서는 과세당국에 고발을 요청했고, 조달청 나라장터에 등록된 고가 소프트웨어에 대해 사후 점검 절차를 강화하는 제도 개선도 건의할 예정이다.
서울북부지검 국가재정범죄합동수사단은 “국민의 혈세가 범죄로 낭비되는 일이 없도록 앞으로도 국가재정 범죄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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