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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전자상거래 시장 1위 업체 쿠팡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미국에서 주주 집단소송을 당했다. 쿠팡이 중대한 사이버 보안 사고를 인지하고도 미 증권당국에 제때 공시하지 않아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입혔다는 주장이다.
20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 북부연방법원에 따르면 쿠팡 모회사인 쿠팡 Inc 주주 조셉 베리는 지난 18일 쿠팡 법인과 김범석 의장, 거라브 아난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상대로 증권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원고는 올해 8월부터 12월 사이 쿠팡 주식을 보유한 주주들을 대리해 소송을 제기했으며, 향후 참여 원고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소송을 대리하는 로런스 로젠 변호사는 소장에서 이번 사안을 “한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규정하며, 쿠팡이 허위 또는 오해를 유발하는 공표를 했거나 관련 공시를 하지 않아 투자자들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원고 측은 쿠팡이 부적절한 사이버 보안 프로토콜로 인해 전직 직원이 약 6개월간 탐지되지 않은 상태로 민감한 고객 정보에 접근하도록 방치했고, 이로 인해 규제 및 법적 조사 위험이 중대하게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쿠팡은 해당 사고를 인지한 뒤 관련 보고 규정에 따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즉시 공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 11월 18일 정보유출 사실을 인지했으나, SEC에 관련 내용을 공시한 것은 한 달 가까이 지난 12월 16일이었다. SEC 규정상 기업은 중대한 사이버 보안 사고가 발생할 경우 4영업일 이내에 이를 공시해야 한다. 원고 측은 이 의무가 명백히 위반됐다고 주장했다.
실제 쿠팡 주가는 정보유출 사실이 공지되기 하루 전인 지난 11월 28일 28.16달러에서, 12월 19일 23.20달러로 마감해 약 3주 만에 18% 하락했다. 원고 측은 이 주가 하락이 공시 지연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소송은 소비자 개인정보 피해를 다투는 소비자 집단소송이 아닌, 미 증권법에 따른 주주 집단소송이다. 현재 복수의 국내외 로펌들이 쿠팡을 상대로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추가 소송을 준비 중이며, 주주들을 상대로 원고 모집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소송은 최근 국회에서의 쿠팡 측 발언과도 대비된다. 앞서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는 최근 국회 청문회에서 “SEC 규정상 이번 사고는 중대 사고에 해당하지 않아 공시 의무가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미국 법원에 제출된 소장은 정반대의 판단을 내리고 있는 셈이다.
한편 쿠팡이 최근 수년간 미국 정관계를 상대로 대규모 로비를 벌여온 사실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미 연방 상원이 공개한 로비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은 2021년 뉴욕증시 상장 이후 최근까지 5년간 총 1,075만 달러(약 159억원)를 미국 행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한 로비 활동에 지출했다. 로비 대상에는 연방 상·하원은 물론 미 상무부, 국무부, 무역대표부(USTR),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까지 포함됐다.
쿠팡은 로비 과정에서 미국 중소기업의 성장, 일자리 창출, 농업 생산자의 디지털 유통 활용 확대, 한·미 및 동맹국 간 경제 연계 강화 등을 주요 논리로 내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쿠팡은 현재 한국 정부 조사와 경찰 수사도 동시에 받고 있다. 최근 미 무역대표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 일정을 연기한 것과 쿠팡 사태를 연계하려는 해석도 나왔으나, 관련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는 “FTA 공동위 연기와 쿠팡 정보유출 사건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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