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벽 못 뚫은 이준석… 외우내환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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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비용 보전 탈락, 득표율 8.34% 그쳐
“혐오 정치 한계 명확히 드러났다” 비판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6-04 13:52:19

▲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선서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끝내 ‘10%’의 벽을 끝내 넘지 못했다. 제21대 대통령선거에서 이 후보는 최종 득표율 8.34%(2,917,523표)를 기록, 선거비용 보전 기준인 10%에 미달하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단 한 푼도 선거비를 돌려받지 못하게 됐다. 이는 개혁신당의 창당 이후 첫 대선 완주였지만, 기대를 모았던 ‘제3지대 보수’ 실험의 현실적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 결과로 평가된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후보는 선거기간 동안 부정선거 음모론과 선을 긋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시도 및 탄핵 가능성을 비판하며 국민의힘과의 차별화 전략에 집중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전향적 입장, 채상병 사건 대응 등으로도 보수정당과는 다른 길을 걷고자 했다.

그럼에도 선거 막판, 다시 꺼내든 ‘갈라치기’ 레퍼토리는 유권자들의 이탈을 부추긴 결정타가 됐다. 특히 장애인 이동권 시위 비판, 동덕여대 공학 전환 관련 발언 등은 핵심 지지층 결집 효과보다는 '혐오 정치' 논란을 불러왔고, 결국 외연 확장에는 실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설상가상으로 선거비용 보전에 실패한 것인데, 개혁신당 ‘재정 직격탄’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선거에서 15% 이상 득표한 후보에게는 선거비용 전액이, 10~15% 득표한 경우 절반이 보전된다. 이재명 대통령(49.42%)과 김문수 전 국민의힘 대선 후보(41.15%)는 각각 전액 보전 대상이 됐지만, 이준석 후보는 기준에 못 미쳤다.

올해 대선의 선거비용 제한액은 총 588억5,000만원. 이 후보가 법정 한도 내에서 선거비를 모두 썼다고 가정하면, 약 100억 원 안팎의 지출을 자력으로 감당해야 할 수도 있다. 선거비용 보전 실패는 단순한 득표율보다 더 치명적인 정치적 타격으로 정당 재정, 조직 재정비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풀이다.

‘갈라치기’ 전법에는 TV토론이 결정적이었다. 이 후보는 토론에서 ‘최저임금 차등제’ 도입, 대통령 국회 해산권 주장 등으로 상대 후보의 집중 포화를 받았고, ‘여성혐오’ 논란 발언까지 겹치며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3차 TV토론 직후 지지율이 최대 3%p 가까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두수 개혁신당 정무특보는 3일 CPBC 라디오에서 “토론 직후 당 내부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급락했다. 이 문제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자성했다.

‘20대 남성’에 갇힌 정치라는 비판도 이어졌다. 외연 확장에 실패한 셈이다. 세대포위론 전략도 이번에는 통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대표 시절에는 2030 남성 중심의 ‘세대포위론’으로 성과를 냈지만, 이번에는 되레 20대 남성을 제외한 모든 계층에서 외면받는 결과로 귀결됐다. 특히 보수의 심장인 영남 지역에서도 한 자릿수 득표율에 머물면서 ‘개혁보수’의 기치에도 타격을 입었다.

정치권에서는 "졌지만 잘 싸운 것도 아니다"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득표율 10%를 넘지 못한 데다, 개혁신당이 독자 정당으로서 생존 가능성을 입증하기도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김상욱 의원 영입 실패, 허은아 전 대표 축출 등 내홍도 계속되며 정치적 확장성과 신뢰도 모두 흔들린 상태다. 향후 개혁신당이 2026년 지방선거나 2028년 총선에서 독자 노선을 유지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준석 후보 역시 대권 도전 이후 오히려 정치적 입지가 더 축소된 상태다.

이준석 후보는 개표 직후 “이번 선거 결과와 책임은 전적으로 제 몫”이라며 “개혁신당이 더 약진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10%의 벽 앞에 좌절한 그의 메시지는, 이전과는 달리 더 이상 새로운 보수의 서사가 되지 못한 채, 무거운 현실만을 남겼다.

일각에서 단일화 없는 대선 완주에 대해 비판을 하는 것을 두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전적으로 패배의 원인을 국민의힘에 돌렸다. 이 후보를 내쫓고 사기경선 두 번에 미래 없는 이익집단이 됐다는 것이다.

홍 전 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가 30년 봉직했던 그 당을 떠난 것은 대선은 아무리 몸부림쳐도 무망할 것으로 보았고, 그 당은 병든 숲으로 보였기 때문”이라며 “이재명이 집권하면 내란동조와 후보 강제교체 사건으로 정당해산 청구가 될 것으로 보았고, 지방선거를 앞두고 그 당은 소멸될 수도 있다고 봤다”며 국민의힘의 미래에 대해 비관적 전망을 드러냈다.

홍 전 시장은 국민의힘을 향해 “사욕에 가득 찬 이익집단으로 변질돼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한 것”이라며, “온갖 추문으로 누명을 씌워 쫓아낸 이준석이 아니던가, 두 번의 사기경선으로 나를 밀어낸 것도 니들이 아니던가”라고 직격했다. 또 “아이스 에이지(빙하기)가 올 것이라 말한 것도 그 때문”이라며 “세상과 소통하지 않고 노년층과 틀딱 유튜브에만 의존하는 그 이익집단은 미래가 없다”고 비난 수위를 높였다.

장혜원 기자 hyj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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