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정동야행’에 13만 명 몰렸다…역사와 빛으로 물든 봄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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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궁과 근대문화유산 배경으로 야간 축제 열기 더해
청사초롱 전시부터 클래식 공연까지 다채로운 콘텐츠 펼쳐
주민 봉사자 중심 운영으로 지역 참여형 축제 모델 제시

최영호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5-26 09:31:09

▲ 정동야행 개막식에서 김길성(가운데) 중구청장이 어린이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 축제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중구

서울시 중구가 23·24일 양일간 개최한 ‘2025 정동야행’이 총 13만3000여 명의 방문객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덕수궁을 비롯한 정동 일대는 고궁과 근대문화유산이 어우러진 공간에서 역사와 빛, 공연이 어우러진 야간 축제로 활기를 띠었다.

26일 중구에 따르면 축제는 23일 오후 덕수궁 중화전 앞 개막공연으로 시작됐다. 김길성 구청장은 어린이와 함께 개막 선언을 하며 축제의 시작을 알렸다.

올해 정동야행은 ‘정동의 빛, 미래를 수놓다’를 주제로 정동 곳곳을 조명으로 장식하고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청사초롱이 밝혀졌으며 주민들의 미래 소망이 담긴 ‘빛의 지도’와 ‘정동을 그리다’ 그림 공모전 작품 530여 점이 전시됐다. 을지로 라이트웨이 조명 포토존에는 추억을 남기려는 발길이 이어졌다.

배재학당역사박물관 외벽에서는 미디어파사드 음악회 ‘정동연회’가 금요일 오후 두 차례 열려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 정동제일교회·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등에서는 오르간 연주와 금관 5중주 공연 등 고품격 음악회가 열렸고 구세군역사박물관 앞 브라스밴드 공연도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했다. 국토발전전시관·중명전 등에서도 오페라·해금 공연·저글링 퍼포먼스가 이어져 정동 전역이 하나의 예술무대가 됐다.

정동의 역사적 의미도 조명됐다. 개화기 서양문명이 스며들던 정동은 배재학당·이화학당·정동제일교회 등 서양식 교육·종교기관이 들어선 곳이다. 덕수궁 중명전과 구 러시아공사관 자리는 한국 근대사의 중요한 장면을 간직한 공간으로 ‘다 같이 돌자 정동한바퀴’ 해설 투어가 관람객의 호응을 얻었다.

사전신청 프로그램도 조기 마감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특히 이번 축제는 주민이 자발적으로 운영을 이끈 것이 특징이다. 사전 안내부터 스탬프 투어, 시설 안내까지 260여 명의 ‘야행지기’ 봉사자가 보라색 티셔츠를 입고 현장을 누볐다. 주민이 주체가 된 정동야행은 단순한 관람을 넘어 지역 축제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축제 기간 동안 정동 돌담길을 따라 △다양한 체험 부스와 버스킹 공연 △수교국 음식으로 꾸려진 푸드트럭 △수공예품이 전시된 ‘보물 장터’도 운영돼 봄밤의 정동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자매도시인 무주군·부안군·여주시·영동군·인천 중구 대표단도 방문해 축제를 함께 즐겼다.

김길성 중구청장은 “정동은 그 자체로 근대역사문화의 보고이자 소중한 자원이다”라며 “정동야행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도록 내년엔 더욱 알차고 의미 있는 프로그램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최영호 기자 cyh2@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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