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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투자인줄 알았는데 경영권 방어를 위한 꼼수였다?
고려아연이 미국 테네시주에 비철금속 제련소를 건설한다고 발표하자 주가가 4.87% 올랐다. 그러나 고려아연이 미국 투자를 이유로 유상증자를 결의했다는 소식에 고려아연 최대주주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하자 주가가 무려 13.94%나 떨어졌다.
영풍은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고려아연 이사회가 결의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대해서 신주발행을 금지해달라고 가처분 신청했다. 영풍은 미국 제련소 건설에 반대하진 않지만 최윤범 회장의 지배력 유지를 목적으로 설계된 유상증자에 반대한다고 설명했다. 가처분 신청 소식이 전해지자 고려아연 주가는 22만2000원이 떨어진 137만원으로 마감했다.
고려아연은 15일 미국 현지에 11조 원 규모의 전략 광물 제련소를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고려아연 이사회는 2조8500억 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시행하기로 의결했다. 이와 관련하여 영풍은 유상증자 대상이 고려아연 종속회사인 크루시블 JV LCC로 최윤범 회장의 지배력을 강화시키기 위한 꼼수라고 판단했다.
고려아연은 임시 이사회에서 미국 정부가 참여하는 합작법인(JV)을 대상으로 신주 10.3%를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고려아연은 “유상증자가 합작법인 크루시블 LCC와 고려아연 간 체결한 신주인수계약서에 따른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서 220만여 주가 발행된다”면서 “본 유상증자와 연계하여 미국 상무부는 고려아연의 종속회사로서 미국 내 통합 비철금속 제련소를 건설·운영할 예정인 크루시블 메탈스(Crucible Metals) LLC에 대하여 미국 반도체 지원법(CHIPS and Science Act)에 따른 USD 210백만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보조금은 크루시블 메탈스 LLC에 직접 지급될 예정이다. 미국 상무부는 동 보조금에 상응하는 규모의 합작법인(JV) 지분을 취득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발행가액 기준 할인 발행으로 보일 수 있으나, 보조금 수령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경우 본 유상증자는 실질적으로 시가 발행과 동일하다는 것이다.
고려아연의 미국 투자에 고려아연 최대주주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강력하게 반발했다. 유상증자가 성사되면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 지분이 최대주주인 영풍·MBK파트너스 측 지분과 대등해지기 때문이다. 유상증자가 성사돼 크루시블 LCC가 고려아연 발행주식 총수의 10.3%를 신주로 취득하면 영풍·MBK 측 지분은 40% 수준으로 희석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영풍·MBK 연합은 고려아연 지분 44.24%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최윤범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은 19.41%다. 한화 등 우호세력을 포함해도 32%대라 시간이 지날수록 이사회를 내줄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그러나 크루시블 LCC가 신주를 가진다면 최 회장 측 지분도 29%대로 희석되지만 최윤범 회장이 영향력을 가질 지분율이 39%대로 껑충 뛰어오른다.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미국과 전략적 산업 협력에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영풍은 “경영권 분쟁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윤범 회장의 지배력 방어를 위해 특정 제3자에게 신주를 배정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으며 주주의 권리와 회사의 지배구조를 심각하게 왜곡한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협력을 빙자해서 특정인의 경영권을 방어하는 건 불공정하다는 뜻이다.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에 주주배정 방식의 유상증자 참여 의사를 전달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고려아연이 최대주주를 배제한 채 유상증자를 고집하면서 분란이 생겼다. 영풍은 회사가 실제로 자금조달을 필요로 했다면 가장 공정하고 투명한 방식인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선택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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