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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속설 중에 팬들이 코치 이름을 많이 알고 있으면 그 팀은 야구를 못하는 팀이라는 말이 있다. 야구를 잘할 때는 그냥 즐기면서 선수 칭찬만 하던 팬들이 야구를 못할 때는 선수 욕을 넘어 누구 잘못인지 찾다 보니 코치 이름을 줄줄이 외우게 된다는 것이다.
스포츠 커뮤니티 쪽으로 가면 팀이 야구를 못하면 반대로 팬들의 폼(경기력)이 오른다는 말도 있다. 야구 잘할 때는 그냥 좋은 말만 하다가 온갖 방법으로 욕하고 조롱하다 보니 웃긴 게시글도 더 많이 쓰게 된다는 뜻이다.
카카오톡 역대 최악의 업데이트로 불리던 친구 목록 개편이 최근 이전처럼 돌아왔다. 9월 카카오톡에 피드형 목록이 도입된 지 약 3개월 만이다.
카카오톡은 이전에도 오픈 채팅 검열 논란이나 먹통 사태 등으로 비판받았지만 이번에는 카카오톡을 킬 때마다 불편한 무언가가 보인다는 점에서 반발이 차원이 달랐다.
평소에 잘 들어가지도 않는 카카오톡의 앱스토어 페이지 평점을 최하점까지 떨어질 정도였으니 반발이 얼마나 컸는지 짐작할 만 하다.
단순히 평점이 떨어지는 것에 그치지 않고 평소에는 창업주나 대표이사가 아니니 보이지도 않는 홍민택 최고제품책임자(CPO)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카카오에 대한 온갖 조롱이 있었으니 최근 3개월 동안의 카카오가 야구팀이라면 20연패 정도는 하지 않았을까 싶다.
친구 목록 개편을 당장 롤백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도 수많은 이야기가 떠돌았다. 광고비 때문에 롤백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워낙 카카오에 대한 여론이 안 좋으니 온갖 부정적인 방향의 추측이 많았다.
이런 조롱과 모욕을 감수하면서 카카오가 얻은 것이 무엇인가 보니 카카오 체류 시간이 일평균 2분 정도 늘었다고 한다. 원래 카카오톡을 쓸 때 카톡 온 게 있는지 확인만 하고 끄는 게 일반적인 것을 고려하면 꽤 유의미한 지표인 셈이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실내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며 모바일 업계 지표가 전체적으로 올랐을 때에도 카카오톡 체류 시간은 10초 정도만 늘었던 것을 보면 꽤 유의미한 지표다.
다만 개인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카카오톡을 켰는데 보고 싶지 않은 게 보여서 화면 터치를 몇 번 더하고 짜증도 내고 카카오 욕 좀 하는 시간이 늘어서 체류시간이 늘어난 건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
가끔 카카오톡 친구 중에 근황이 관심 있는 친구가 올린 글을 보거나 수많은 숏폼 콘텐츠 중 우연히 재밌어 보이는 영상이 나와서 봤을 수도 있으나 그 욕을 먹어가면서 확보해야 하는 2분인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정확한 자료가 없어서 추측에 불과하지만 아마 SNS나 인터넷 사이트에서 카카오톡에 대한 전체적인 언급량 또한 늘어났을 것이다. 그 많은 사람들이 가열차게 카카오톡 개편에 대해 화를 냈으니 안 늘었을 리가 없다.
다시 야구 비유로 돌아가면 팬들이 구단에 대해 깊이 관심을 가지고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이 긍정적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야구나 카카오톡 업데이트나 고객들이 별생각 없이 적당한 무관심으로 이용하며 즐기는 게 더 나은 경우도 있는 법이다.
카카오 경영진이 피드형 목록 업데이트로 얻은 긍정적인 지표를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으나 그 지표를 바탕으로 비슷한 시도를 하려고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욕 안 먹고 긍정적인 반응을 얻으면서 지표를 개선할 방법을 찾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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