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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대선을 앞두고 대한민국은 에너지 정책의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주요 후보들이 인공지능(AI) 산업 육성에는 한목소리를 내지만, 정작 AI와 첨단 산업의 뒷받침이 되는 전력 공급 방식에 대해서는 극명한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원자력 중심의 에너지 전략을 내세운다. 이런 가운데 2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원자력 발전 부흥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은 한국 사회와 대선에 깊은 시사점을 던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2050년까지 원자력 발전 용량을 4배(400GW)로 확대하고, 2030년까지 신규 대형 원전 10기를 착공하겠다는 구체적 목표를 제시했다. 원자력규제위원회(NRC) 개혁, 인허가 절차의 대폭 단축(18개월 내 허가), 규제 완화, 소형모듈원전(SMR) 시범사업 등 실질적인 산업 재건 전략이 포함됐다. AI와 국방, 데이터센터 등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고 에너지 안보와 경제적 자립을 강화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는 원자력 시대”라고 선언했다. 실제로 미국은 1970년대 이후 원전 산업이 정체됐으나 AI 혁명과 에너지 안보 위기,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시대적 과제 앞에서 원자력의 가치를 재평가하고 있다. 유럽 역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공급망 불안, 전력 가격 폭등, 재생에너지의 한계 등을 이유로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원전으로 회귀하고 있다. 벨기에·이탈리아·스웨덴 등 주요국이 원전 가동 연장과 신규 건설에 나서고, 프랑스는 전력의 70%를 원자력으로 생산한다.
이와 달리 한국 대선 후보들은 여전히 ‘원전 대 재생에너지’라는 이분법적 프레임에 갇혀 있다. 이재명 후보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SMR 등 차세대 원전 기술 연구 병행을 주장하지만, 원전의 비중을 늘리는 데는 소극적이다. 반면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후보는 ‘AI 3대 강국’ 실현과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대규모 원전 생태계 복원이 필수라며 탈원전 정책의 비효율성과 전기요금 급등, 산업경쟁력 저하를 지적한다.
AI 산업은 전례 없는 전력 대량 소비를 유발한다. 데이터센터의 고성능 그래픽 처리 장치(GPU)와 냉각 장치, 첨단 인프라에 요구되는 안정적인 대용량의 전력 공급원은 현실적으로 원자력이 유일하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도 장기적 전력 확보를 위해 SMR 등 차세대 원전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에너지 정책은 더 이상 환경 논리나 이념에만 기댈 수 없는, 국가 생존과 미래 산업을 좌우하는 핵심 전략이 됐다.
한국의 원전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APR1400 등 대형 원자로의 안전성은 미국이 자랑하는 원전보다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1950년대 미국에서 원자력 기술을 처음 도입한 이래 한국은 22년 만에 고리 원전을 완공하고, 이제는 수출 강국이자 원전 건설 분야의 ‘압도적 1위’로 자리매김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한국의 원전 기술을 높이 평가하며 대형 원전 건설의 세계 최강국으로 꼽았다.
전 세계는 지금 에너지 완전 자립과 국가 생존을 위해 대형 원전, 소형·초소형 원전까지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에너지 정책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과 안보, 첨단 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게임 체인저’다. 미국은 원전 승인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고, 비용 초과 방지와 안전성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 한다. 한국 역시 규제 혁신, 인허가 절차 개선, 산업 생태계 복원이 시급하다. 대선 후보들은 현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에너지 전략으로 국민 앞에 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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